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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상식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by 머니뭐니클래스 2023. 10. 4.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가스라이팅'이라는 신조어. 어렴풋이 어떤 상황에서 쓰는구나 싶긴 한데 정확하게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 헷갈리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가스라이팅의 뜻과 유례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가스라이팅이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하고, 피해자가 가스라이터에게 온전히 의존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정신적인 조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정, 학교, 연인, 회사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또 수평적인 관계보다는 비대칭적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들 때 가스라이팅이 이뤄지게 됩니다.

가스라이팅의 유래

1938년 영국의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Patrick Hamilton)이 연출한 스릴러 연극 Gas Light에서 유래가 되었는데요, 연극 Gas Light는 주인공 잭이 보석을 훔치기 위해 위층에 살던 부인을 살해하며 시작이 됩니다. 작은 보석을 찾기 위해 불을 켜야 했는데 당시 불을 켜는 데에는 전기가 아닌 가스가 사용이 되었죠. 집집마다 가스가 연결되어 있어 한 집에서 불을 켜면 다른 집에 불이 약해지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이로 인해 보석을 찾는 행동이 들킬 것을 우려한 잭은 집안의 물건을 숨기고는 자신의 아내 벨라가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며 호통을 치기 시작합니다.

또 잭이 위층에서 보석을 찾고 있을 때 벨라는 가스등이 약해지고 위층에서 소리가 난다고 이야기하는데, 잭은 네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그녀를 몰아세우죠.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벨라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판단력과 인지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결국 무기력함과 공허함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만 의지하게 되고 결국 자아를 잃고 망가지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가스라이팅 진행 4단계

피해자 스스로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더 무서운 Gaslighting은 다음과 같은 4개의 단계를 걸쳐 진행됩니다

1. 관계 형성- 가해자와 피해자는 매우 밀접한 관계 즉, 가족이나 연인, 직장 선후배, 군대 등의 관계에서도 형성되는데요. 가해자들 중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통제하는 것에 능숙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2. ​기억 왜곡- 관계가 형성되면 가해자는 피해자가 실수할 때마다 이전의 실수들을 상기시키며 자존감을 잃게 만듭니다.​ 스스로 판단력을 상실하도록 한 뒤 자신이 그 판단을 대신하고 결정하려 하는데 피해자를 몰아붙이는 데에는 참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됩니다

  • 실수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지적하거나 상기시키는 가운데 피해자는 ‘나는 틀리지 않았다 ‘는 것을 주장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잘 모르는 타인이 보면 상사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직원이 되어버리거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버럭대는 사람 등으로 낙인찍혀 고립되기도 합니다.
  • ​이처럼 물리적인 힘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권력이 될 수도 있는데 가해자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없었던 일도 있었다고 우기며 피해자의 기억을 왜곡하기 시작하죠.
  •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을 불신하고 또 왜곡된 기억을 믿기 시작합니다. 잘 모르는 타인이 보면 상사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직원이 되어버리거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버럭대는 사람 등으로 낙인찍혀 고립되기도 합니다

3. 미니마이징(Minimizing) -두 번째 단계까지 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일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을 하기 때문인데요.​하지만 결국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면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어떤 말을 해줘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보통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를 이상하다고 인식하는 순간이 바로 이때라고 합니다.

​4. 무시- 4단계에 접어들면 어느 순간, 가해자는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기 시작하며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말에 의문을 품기만 해도 ‘넌 쓸데없이 예민하다’ ‘별것도 아닌 일에 생사람을 잡는다‘ 등의 말을 하며 상상력이 지나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죠.

만약 이 단계까지 도달했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기억력과 판단력, 감정까지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팅 처벌 가능할까

가스라이팅 사례는 친구·연인·가족 등 친밀한 관계는 물론 학교나 직장 등 '심리적 의존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범죄유형으로는 '데이트 폭력', '데이트 폭행'을 꼽을 수 있는데요.

가스라이팅을 통해 너와 나의 관계는 '사랑하는 사이', '연인사이', '모든 것이 가능한, 허용되는 사이'라는 틀을 씌우며 일방이 타방을 심리적으로 지배하 시키고,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폭언,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며 통제력을 가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이 과정에서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될,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폭행(성폭행), 협박, 감시·감금 등의 행위가 수반되기도 합니다. 이는 엄연히 처벌되는 '범죄' 에 해당합니다.

구체적으로 유형에 따른 처벌 정도를 살펴보면, 가 스라이팅으로 촉발된 피해사례를 볼께요.

1)육체적·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가혹한 대우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며,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273).

2) 또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수반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해지며(260), 상습적인 경우에는 그 형의 1/2까지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3) 피해자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는 해악을 고지한 사례에서는 사안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되며(283),

4) 감금행위가 수반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5) 더욱이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재산상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350).

가스라이팅 대처법

가스라이팅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처법자존감을 높이는건데요. 평소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고, 남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스라이티(피해자)는 대체로 자존감이 낮아 가해자의 말에 쉽게 자신의 주관을 의심하고 또 부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평소 자존감이 높다면 쉽게 휘말릴 일이 없으니 자존감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요점 : 일부 국가에서는 가스라이팅을 포함한 정신적 통제를 엄연한 '범죄'로 정의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긴하나, 현재 우리나라 실정법상 물리적·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심리적인 학대행위만을 외부적으로 입증하여 처벌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양상에 따라 범죄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만일 자신 또는 주변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 피해회복을 위해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